Miga 의 서울할머니의 옛날이야기
Miga
카테고리: 키즈 & 패밀리
마지막 에피소드 듣기:
은혜갚은 개구리(2:끝)
다음날 아침 남편은 이웃에 동냥을 가려고 집을 나섭니다.
“내가 이집저집 구걸이라도 해서 곡식을 좀 얻어 오겠소.”
“여기에 담아 달라고 하세요. 날마다 갈 수는 없을 테니 당분간 먹을 만큼 부탁해 보세요.”
아내가 바가지를 들고 얼른 따라 나오며 말합니다.
그렇게 집을 나서던 남편은 가기 전에 개구리들이 잘 있는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개구리 한 섬을 풀어준 그 연못에 도착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개구리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이 사람을 뒤덮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얼굴에까지 다닥다닥 달라봍어서 앞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되어 남자는 생각합니다.
“나는 너희들이 갇힌 걸 풀어주었는데 너희는 날 오히려 가두어 버렸구나.”
남자는 발을 뗄 수도 없이 옴짝달싹도 못하고 한동안 그렇게 개구리에게 묶여 있었는데, 잠시 후 개구리들이 스르르 남자의 몸을 풀어주며 연못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눈 앞이 트여서 무언가 보이는데, 다른 개구리 떼 한 무리가 밥 그릇 하나를 영차영차 하면서 등에 짊어지고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오호, 너희가 나한테 이 걸 주려고 붙잡은 게로구나.”
남자는 잠시라도 오해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다시 빙긋 웃습니다.
남편 앞에 살포시 밥 그릇을 내려놓고 개구리들은 다시 연못으로 풀섶으로 들어가 노닐기 시작했습니다.
남자가 밥 그릇을 들어 살펴보니, 참으로 예뻤습니다.
“옳거니 잘됐다. 여기에 보리쌀 동냥을 받아오면 되겠어.”
남편은 그 그릇을 가지고 이웃에 동냥을 갔습니다.
“보리쌀 한 줌만 꾸어 주시겠습니까? 추수 때 갚아드리겠습니다.”
이웃 사람은 작은 밥 그릇 하나 쯤이야, 하면서 보리쌀 한 줌을 담아줍니다.
남편은 겨우 보리쌀 한 줌을 그릇에 받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보, 이걸로 보리 죽이라도 끓여 먹읍시다.”
바가지 대신 밥 그릇 하나에 동냥을 받아온 것을 본 아내는 실망스러웠지만, 밥 그릇을 받아 솥에 보리를 넣고 죽을 끓입니다.
남편은 상을 차리다가
“여보, 보리쌀 받아온 밥 그릇은 어딨소? 나는 거기에 밥을 담아 먹으리다.”
라고 아내에게 묻습니다.
“가마솥 옆에 보세요.”
아내의 말을 듣고 가마솥 옆을 본 남편이 다시 말합니다.
“아니, 당신 솥에 보리쌀을 넣지도 않았구려.”
그릇에 아직 보리가 담긴 것을 본 남편이 핀잔을 합니다.
“무슨 소리예요? 내가 한 그릇 다 넣고 죽을 끓였는데… 에그머니나! 내가 분명히 한 그릇을 다 넣었는데?”
두 사람은 그릇의 보리쌀을 바가지에 덜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릇에 다시 보리쌀이 소복이 담기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우선 꾸어준 이웃에게 갔습니다.
“보리쌀 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한 바가지로 갚아드리겠습니다.”
이웃 사람은 추수 때 갚겠다던 보리쌀을 금세 그것도 한 바가지나 가져 오니 깜짝 놀라며 반깁니다.
“아이고, 이렇게 어려운 때에 고맙기도 해라.”
그리고도 남은 보리쌀을 팔아서 쌀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아직도 보리쌀을 자루에 담고 있는 아내에게 말합니다.
“이번에는 쌀을 담아 봅시다.”
“설마 쌀도 이렇게 끝없이 나올까요?”
두 사람은 반신반의하면서 그릇에 쌀을 담아 보았습니다.
쌀을 담으면 쌀이, 콩을 담으면 콩이, 무슨 곡식이든 그 그릇에 담고 나면, 비워도 비워도 다시 채워졌습니다. 두 사람은 끝없이 채워지는 그릇 때문에 더이상 굶지 않았을뿐더러, 남는 것을 장에 내다 팔아서 얼마 후에는 집도 장만할 수 있었습니다.
가을이 되었습니다.
온 산이 고운 단풍으로 붉게 물들었습니다.
“당신이 개구리를 살려준 고운 마음 때문에 우리가 부자가 되었네요.”
단풍 빛깔 만큼이나 곱디 고운 비단 옷을 입은 아내가 남편에게 수줍게 말했습니다.
이제 남들처럼 떵떵거리며 잘 살게 된 두 사람은 손을 꼭 붙잡고 단풍 물든 산길을 사이좋게 걷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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